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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옛적 설화 : 고봉산과 심학산 ]

#STORY 05. 고봉산과 심학산
고봉산과 심학산

여러분도 좁고 지저분한 집보다는 넓고 깨끗한 집이 좋지요? 아마도 다 그럴 거예요. 그런데 넓고 좋은 땅을 좋아하는건 사람만은 아닌가 봐요. 아주 옛날에 좋은 땅을 가지려고 서로 싸운 산들이 있었답니다. 바로 고봉산과 심학산 이야기예요.

어느 날 고봉산은 널찍하고 좋은 터를 보고 그곳에 자리를 잡기로 했어요. 지금의 고양시에 있는 땅이었지요.

“저기 아주 좋은 땅이 있구나! 그래, 나는 저기에 터를 잡아야겠다!”

그런데 심학산 역시 그 땅에 자리를 잡고 싶어 했어요. 그 사실을 알게 된 고봉산은 심학산에게 소리쳤습니다.

“야, 심학산! 저기는 내 땅이야! 내가 점찍어둔 곳이니까 꿈도 꾸지 마!”

 

심학산도 지지 않고 맞받아쳤어요.

“무슨 소리야! 거기는 내가 훨씬 오래 전부터 봐둔 곳이라고! 그러니 네가 포기해!

결국 고봉산과 심학산 사이에 싸움이 났어요. 하루에도 몇 번씩 싸움을 하게 됐죠. 하지만 결국에는 덩치가 더 큰 고봉산이 심학산을 아래쪽으로 밀어내고 자신이 점찍어둔 곳에 터를 잡게 됐답니다. 고봉산이 좋은 자리에 터를 잡았다는 소식을 들은 북한산 백운봉이 놀러 왔어요. 둘은 예전부터 친구였지요. 오랜만에 친구를 만난 고봉산은 밤새 술을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그러고 나니 너무 목이 말랐어요. 그래서 근처에 흐르던 한강에 고개를 처박고 정신없이 물을 마시고 잠이 들었답니다.

문제는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났어요. 물을 너무 많이 마신 고봉산이 잠결에 엄청난 양의 오줌을 쌌고, 아래쪽에 터를 잡았던 심학산 근처에 홍수가 나버린 거예요! 그래서 심학산 근처 마을에 살던 사람들은 마을을 잃고 말았지 뭐예요.

이에 화가 난 심학산은 고봉산에게 호통을 쳤어요.

“야, 고봉산! 너 때문에 우리만 피해를 봤잖아! 이 멍청한 놈아!”

그러고도 화가 덜 풀린 심학산은 고봉산에게 바위를 던지기 시작했어요. 술이 덜 깬 상황에서 계속해서 바위에 맞자 고봉산도 화가 났지만, 자기가 잘못한 건 알고 있었으니 대꾸도 못하고 맞고만 있었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심학산이 던진 돌 때문에 고봉산 근처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집을 잃고 피해를 보게 됐어요. 그렇게 둘 사이는 점점 더 멀어져만 갔습니다.

그때 이들이 다투는 모습을 지켜주던 개성의 송악산은 더 이상 이대로 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한 가지 해결책을 제시했습니다. 송악산에게는 정발산과 오두산이라는 두 딸이 있었어요. 그중 정발산을 고봉산에게, 오두산을 심학산에게 시집보내기로 한 거지요.

고봉산과 심학산은 아름다운 신부가 생기자 너무 행복했어요. 그래서 다른 일은 신경 쓸 겨를도 없었죠. 그러다 보니 다툴 일도 없었고, 서로 더 친해지게 됐답니다.

시간이 흘러 정발산과 오두산이 아이를 가지게 됐어요. 그러자 고봉산이 심학산에게 말했습니다.

“이봐, 심학산. 우리가 또 다투면 안 되니까, 우리 자손들을 이 근처에서 살게 하는 게 어때?”

심학산이 보기에도 좋은 생각이었어요.

“좋아. 우리 두 산 사이에 자손들을 살게 하자고.”

그래서 고봉산 밑에는 고봉산과 정발산의 자손인 고(高) 씨들이 모여 마을을 이루었고, 심학산 밑에는 심학산과 오두산의 자손인 심(沈) 씨들이 자리를 잡고 살게 됐답니다.이렇게 서로 좋은 짝을 만나고 자손들까지 낳은 고봉산과 심학산은 지금도 사이좋게 잘 지내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