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고양시 평생학습 현장 에세이
‘사부작, 다녀왔습니다’
다시 만난 초등학교
― 높빛희망학교 시낭송회에서 만난 늦은 배움의 봄 ―
머리가 허연 초등학생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쉽지 않아 보였지만 표정만큼은 소풍을 앞둔 어린아이처럼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했다.

2026년 6월 10일.
고양특례시 높빛희망학교 초등 과정 학생들의 시낭송회가 열린 ‘백마화사랑’에 사부작, 다녀왔다.

화창한 봄날, 백마화사랑 실내외에는 높빛희망학교 학생들이 정성껏 만든 시화 작품 83점이 고스란히 전시되어 있었다.



배우지 못했던 서러움과 아쉬움부터 기쁨과 감사의 마음까지. 삐뚤빼뚤하지만 정성스레 써 내려간 작품 하나하나에는 학생들의 인생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조용히 시화 감상에 푹 빠져 있는 사이, 친구들을 만나 담소를 나누는 학생들의 소리가 실내를 가득 채웠다.
다리 수술로 입원해 참석하지 못할 것이라던 친구도 단지 친구들이 보고 싶은 마음에 함께 자리했다.
재미있게 떠들다가도 시낭송회가 시작되자 선생님의 말씀에 금세 조용해지는 모습은 여느 평범한 초등학교 교실과 다를 게 없었다.

선생님 말씀에 언제 떠들었냐는 듯 한목소리로 동요 ‘과수원길’을 부르며 시낭송회의 막이 올랐다.
즐겁던 분위기도 잠시, 여기저기서 훌쩍훌쩍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수줍게 한 명씩 무대에 올라 자신이 쓴 시를 더듬더듬 천천히 낭독하기 시작한 것이다.

“가난하고 굶주렸던 어린 시절, 학교 가지 말라는 엄마에게 말 한마디 못 하고 부엌에 앉아 울었다. 공부란 말만 나오면 주눅 들었던 내가 학교에 입학하던 날 콩닥콩닥, 두근두근 뛰는 가슴을 안고 학교에 갔다.”
“평생 가슴에 묻고 살았던 학교에 다니며 찾은 행복들… 그동안 피지 못했던 내 마음의 꽃이 활짝 피어 지리라.”
“자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편지 한 장 쓰지 못해 속상했다. 이제는 쓰고 싶은 글자를 한 자 한 자 정성껏 배워 서툴지만 내 마음을 전해본다.”
낭독되는 한 구절 한 구절은 친구의 이야기이자 곧 자신의 이야기였다.
마지막 차례까지 눈물을 훔치며 낭독을 마친 뒤, 이어진 초성 맞추기 게임에서는 다시 천방지축 초등학생으로 돌아갔다.

서로 정답을 외치겠다고 손을 번쩍번쩍 들고, 못 맞히는 친구에게는 몰래 힌트를 주며 그간 갈고닦은 한글 실력을 뽐냈다.
설렘으로 시작해 눈물과 웃음이 가득했던 시낭송회는 그렇게 저물어갔다.
배우지 못해 서러웠던 유년 시절을 서로 위로하고, 학교에 다니는 즐거움을 함께 나누며 소중한 추억을 쌓아가는 시간이었다.
그날 학생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높빛희망학교가 학생들에게 어떤 곳인지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
나도 잠시 잊고 지냈던 내 학창시절을 떠올려 보았다.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있었을 설레는 등굣길과 친구들과의 수다, 선생님의 말씀에 금세 조용해지던 교실.
그날 백마화사랑에서 만난 학생들의 모습이 어쩌면 내가 기억하는 초등학교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은, 학교라는 공간에서 느끼는 설렘과 배움의 기쁨에는 나이의 경계가 없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머리가 허연 초등학생들의 조금 늦은 봄날이 오래도록 따뜻하게 이어지기를 바라며
사부작, 돌아왔다.


※ 높빛희망학교란?
시대적 환경과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정규 교육 기회를 놓친 성인 비문해자 및 어르신들에게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고양특례시가 운영하는 학력인정 문해교육기관입니다.
(글/사진 고양시 평생교육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