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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호 자유롭고 행복한 공간, ‘재미있는느티나무온가족도서관’을 찾아가다.

시스템관리자 2026-03-12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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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128150617_vcglzbyb.png지역과 이웃의 성장이 곧 사회의 성장이다!20200128150619_zzpfulml.png 

 

“혼자서는 우리는 거의 아무 것도 못한다. 함께 하면 우리는 그렇게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헬렌 켈러의 말이다. 여기 그녀의 말처럼 여럿이 ‘함께’ 하여 수많은 사람들에게 기쁨과 가치를 제공하는 곳이 있다. 바로 ‘재미있는느티나무온가족도서관’이다.


‘재미있는느티나무온가족도서관’! 도서관 이름치고 유난히 길다. 또한 많은 도서관들 중 이렇게 다양한 의미를 지닌 이름을 가진 곳도 없다. 기자는 호기심을 갖고 좋은 단어를 욕심껏 나열한 것이라 지레짐작하며, 작명의 연유에 대해 여쭤보았다. 단순한 이유일 것이라 생각했던 기자는 깊은 설명에 이내 숙연해졌다. 이 이름 안에 도서관의 철학이 모두 담겼기 때문이었다.


이 도서관의 원류는 마을의 공동 육아이다. 지역과 이웃의 성장이 곧 사회의 성장이라는 기치로 그 성장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했다. 그 후 여러 과정을 거쳐 도서관의 형태로 자리를 굳힌 것인데, 불변으로 이어간 운영의 신념이 고스란히 이름에 녹아있다. 즉 아이들이 원하는 자유롭고 신나는 현장을 만들고, 가족 단위 문화가 존재하며, 정신과 신체의 건강성을 회복하는 데 목표를 두었다. 이를 위해 25명의 사람들이 똘똘 뭉쳐 ‘공간’을 탄생시켰다. 협동조합의 운영 방식인데, 바로 이 지점이 다른 도서관과 다른 특징적인 부분이다.

 

 20200128150617_vcglzbyb.png재미있는, 신나는, 행복한20200128150619_zzpfulml.png

 

이 도서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동아리나 프로그램의 숫자가 상당한 점이 놀라웠다.


‘수상한 수학가족’이라는 프로그램은 고등학생과 초등학생을 멘토와 멘티로 삼아 수학 과목을 가르친다. 이 과정에도 그냥 ‘하는’ 법이 없다. 멘토에 지원한 고등학생의 면접을 보아 의지와 계획을 들어보면서 가장 잘 맞을만한 멘티와 맞춤 선정을 한다. 이렇게 ‘짝’이 된 멘토와 멘티가 몇 년씩 함께 공부를 하게 되는 것도 이러한 사전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멘토는 멘티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그들의 언어를 배워가며 그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한편 멘티는 수학 실력의 향상만이 아니라 배우는 즐거움과 멘토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 멘티가 다시 멘토가 되고자 지원하는 것을 보면 이 프로그램의 선한 영향력을 알 수 있겠다.


‘아웃 리치’는 찾아가는 상담 프로그램이다. 관장님을 위시하여 동네에서 자란 청년들이 주축이 되어 밤에 지역에서 으슥하고 외진 곳을 찾아가 그들의 말을 들어준다. 훈계나 꾸중이 아니기에 어느 순간부터 허심탄회한 속의 말을 내놓게 되는데, 이런 과정에서 그들은 마음의 위안을 받게 된다. 때로 심각한 문제에 직면했다면 전문가와 연결하는 도움도 제공한다. 이러한 오랜 정성이 ‘2018년 청소년 푸른 대상’을 받는 영예도 안았다.


찾아가가는 청소년 길거리 상담소 아웃리치. 동네에서 나고 자란 청년들의 상담은 반응이 좋다.


이외에도 ‘그림책 읽는 엄마들’이라는 동아리가 활성화되자 아이들의 교육에 관심을 갖는 아빠들이 많아졌고, 이에 따라 ‘그림책 읽는 아빠들’도 결성된 지 오래되었다.


‘한 땀’이라는 바느질 동아리는 손을 하는 모든 것을 다룬다. ‘숲에서 책’은 아이들과 숲으로 가서 그램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며 공동의 詩짓기를 한다.


‘우금치’는 기타나 우쿨렐레 등을 배우면서 음악으로 하나가 되어가는 동아리이다. 평생교육 차원에서 어르신을 위한 인문학 프로그램 ‘콩 심은 데 콩 난다’를 마련하여 모든 연령층을 아우르고 있다. <동네북>이란 시집도 출간하고 있는데, 세종 우수도서에 선정될 만큼 의미 있는 책이다. 평범한 일반 지역민들의 글을 모은 이 시집을 이승희 관장은 100호까지 출간하겠노라며 야무진 꿈을 피력했다.


이곳은 동네 사랑방이다. 어른과 아이들 모두에게 말이다. 아지트로 삼고 있는 ‘으슥한 방’은 청소년들이 찾고 싶은 공간이다. 도서관 한 꼍에 ‘동네를 굴려라’를 줄인 ‘동굴’이라는 이름의 아늑한 카페와 시설이 제법 갖춰진 동네 극장이 있다. 연주회, 뮤지컬, 동네잔치 등 종합 공간으로서도 그 역할이 무궁무진하다. 이제 이승희 관장은 지역의 목소리를 활성화하고자 HBS 방송국까지 만들어 갈 것이라는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술잔을 부딪히며 찬찬찬 봄날뺀드 11기의 연습시간. 동네아줌마, 아저씨에서 가수로 변신을 시도하는 중. 신나는 순간


이런 모습들을 볼 때 이용자들이 이 도서관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을 듯했다. 기자가 마침 ‘너끈한 방’에서 활동을 하던 초등학생들과 짧은 대화를 나누었는데, 이곳과 관장님에 대한 짙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오래 전부터 이곳을 이용하고 있는 한 가족은 도서관의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아이와 같이 프로그램을 해가면서 교육에 대한 기존의 철학이 근본적으로 바뀌었고, 아이와의 관계도 달라졌다고 했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친구를 만날 수 있는 소통의 공간으로서 커다란 힘을 갖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렇듯 도서관 이용자 중에 삶과 생각이 변화한 사례들을 들으면서 기자도 어느 새 이 ‘공간’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북아트로 새해 가렌다 만들기. 숲에서 책을 읽고 시를 쓰는 동아리 친구들이 열심히 만들고 있다.


동네 고등학교 언니와 동네 동생이 만나 새로운 가족이 된다. 이름하여 수상한 수학 가족 이렇게 맺어진 가족 수는 100여개가 넘는다.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도서관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사람이 북적이던 이곳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난관 중에도 이 도서관은 역할을 톡톡히 해내었다. 학교가 닫혀 갈 곳을 찾지 못했던 지역의 아동과 청소년들을 위한 긴급 돌봄의 장이 여기에 펼쳐졌다. 이렇게 이곳은 지역민들에게 더욱 필요한 공간이 되었고, 사람의 ‘관계’와 ‘소통’이 중단 없이 이어갈 수 있게 했다.


그 여자-그림책 읽는 여자들이다. 엄마들이 모여 그림책을 읽고 자기 생각을 말하고 글도 쓴다. 자기 성찰과 힐링이 공존하는 시간이다.


이승희 관장은 코로나19를 겪으며 ‘사람’의 아름다움을 더욱 절감했다고 했다. 처음에 기자는 고개를 갸우뚱했으나, 그간의 이야기를 듣고 이내 크게 공감했다. 협동조합원과 회원들의 회비가 주된 운영 재원인데, 코로나19로 인해 이용자가 줄어들면서 회비도 급격히 감소하여 운영에 큰 타격을 받게 되었다. 그러자 상황을 알게 된 이용자들이 자진하여 ‘키다리 아저씨’가 되었다는 것이다. 지역 내 이 도서관의 역할과 존재의 중요성을 느낀 사람들이 수줍게 후원금을 전해주고 가거나 사람을 모을 수 있는 여러 기획을 자발적으로 고심하며 현실화하는 모습들에서 실제적으로 해결이 되지 않았더라도 엄청난 위로와 힘이 되었다 한다. 도서관만으로도 12년을 지켜온 보람이었다.


20200128150617_vcglzbyb.png사람에 대한 애정, 변화를 지켜보는 행복을 위하여20200128150619_zzpfulml.png

 

이승희 관장님을 비롯한 조합원들을 생각하면 R.잉글레제의 말이 떠오른다. 그는 “매일 당신과 동행하는 이웃의 길 위에 한 송이 꽃을 뿌려놓을 줄 안다면, 지상의 길은 기쁨으로 가득찰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최상의 ‘가치’를 두고, 오늘도 사람들의 가교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치열한 고민들이 이웃에게 세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최대의 기쁨을 선사하고 있다. 반할 수밖에 없는 곳이다.


현재 이곳은 활짝 열려있다. 도움을 받고자 하는 사람, 도움을 주고자 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글/사진) 이윤진 l 사부작 사부작 웹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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